최근에 도서들 중에 도파민, 집중력에 대한 내용을 쉽게 찾아 볼수 있다. 우리의 뇌의 집중력을 빼앗아 가는 자극적이고 소비적인 내용들 말고 진짜 이야기의 부재(서사의 위기)를 다루고 있는 책을 소개한다. 저자 한병철은 독일에서 철학, 신학, 문학을 공부한 철학자이다. 그나마 인지도가 있는 책은 2012년의 주요 언론 매체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한 “피로사회”이다. 피로사회라는 책도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 읽어도 문장하나 하나 공감된다.
이책은 스토리의 중독에 빠져있는 현시대의 우리를 진단하고, 어떻게 하면 거기서 빠져나와서 자신만의 서사를 가질수 있을까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스토리는 서사가 아니다. 스토리 즉 정보는 끊임없이 등장하는 다음 스토리로 대체되어 사라진다.
본문중에서
Table of Contents
1. 정보의 과잉시대
정보가 넘치다 못해 그 속에서 질식하기 일보 직전이다. 끊임없이 도파민에 중독되어 이리 저리 자극적인 스토리를 찾아서 떠돌아 다니는 우리는 디지털 좀비이다. 자극에만 반응하고 그 자극마저도 무뎌져서 계속해서 새로운 것으로 대체되고 만다. 이 책 “서사의 위기” 의 저자 한병철이 이야기하는 서사는 나만의 고유한 이야기, 즉 맥락이 있는 삶을 말한다. 한 순간 사라져 버리는 정보가 아닌 나의 과거, 현재, 미래가 연결되어 방향성을 가지는 것이 서사다.
우리에게 들어오는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는 그냥 흘려보내게 된다. 우리의 뇌는 게으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을 더 편안하게 느낀다. 그래서 더 중독된다. 또한 선택지가 많게 되면 무엇하나 결정하기 힘들기 때문에도 그냥 결정하지 않고 화면을 계속 올리면서, 또는 좋아요나 무의식적으로 누르면서 무언가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선택지가 많을때 결정하기 어려운 현상은 “선택의 패러독스(choice paradox)” 또는 “선택의 과부하(choice overload)”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유명한 연구중 하나는 Sheena Lyengar와 Mark Lepper가 2000년에 발표한 논문이다. 이 연구에서 고객들이 잼을 구매할때 제공되는 선택의 갯수가 구매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했다. 결과는 선택지가 많을수록(24가지 옵션) 고객들이 실제로 구매할 확률이 줄어든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선택지가 적을때 (6가지 옵션) 구매 확률이 더 높았다.
이 연구결과에서 생각해 볼수 있는 것은 고작 24가지 옵션에서 인간의 뇌는 힘들어서 포기하는것이다. 지금은 어떤가? 24개는 우스운 갯수가 아닌가? 인간의 뇌는 이미 정보에 압사 당했다.
세상에 저항하고 자신만의 생각을 쌓아오릴 기회를 빼앗기고 그저 ‘좋아요’를 누르게 된다.
본문중에서
2. 지식의 부재
발터 벤야민은 “더 이상 멀리서 오는 지식이 아닌, 바로 다음에 일어날 일의 단서를 제공하는 정보만이 공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 통찰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큰 문제점을 적절히 지적하고 있다.
스마트폰, 인터넷, SNS 등을 통해 끊임없이 정보가 쏟아지고 있지만, 그것이 과연 의미 있는 지식인지는 의문이다.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정보는 일회성이고 단편적이며 오락성에 치중되어 있다. 벤야민이 지적했듯이 우리는 이런 정보에 주목하지만, 보다 멀리 내다보는 진정한 지식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유튜브 영상, 밈, 트윗 등에서 곧바로 다가올 일에 대한 정보만 취하고, 그것을 소비하고 재생산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근시안적 사고에 갇히고, 맥락이나 역사적 연원을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세상에 대한 보다 넓고 깊은 안목을 기르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지적 탐구심 대신 자극적인 것에만 반응하게 되고, 피상성과 단순성이 판을 치게 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정보 소비가 우리를 개인주의적 사고와 감정적 도그마로 점점 더 몰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정보는 알고리즘에 의해 개인화되어 동일한 성향의 정보만 반복적으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보의 과잉 속에서 지식이 부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진정한 지식 추구를 통해서만 우리는 세상을 보다 폭넓게 이해할 수 있으며, 개인의 시야를 벗어나 보편적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가치있는 지식을 가려내는 것,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극복해야 할 핵심 과제라 하겠다.
3. 서사의 위기
이야기에는 경청과 타자의 접촉으로 인한 치유의 효과가 있다. 하지만 디지털화가 심화된 접촉이 없는 사회에서는 타자를 타자가 아닌 소비가능한 대상으로만 인식한다. 우리는 소비 가능한 대상을 어루만질 수 없다. 단지 그것을 쥐거나 소유할 뿐이다. 디지털 장치를 대표하는 스마트폰만 하더라도 총체적 가용성의 환상을 만들어낸다. 스마트폰의 소비적 습성은 모든 생활 영역에 녹아있다. 스마트폰은 타자에게서 타자성을 빼앗기도 하고 타자를 소비 가능한 대상으로 전락시키기도 한다. 타자를 타자로 인식하지 않으니 당연히 경청이라는것도 존재하기 힘든것이다. 더 이상 이야기에서 얻어지는 치유는 더 힘들어졌다.
역설적이게도 우리를 고립시키는 것은 늘어가는 연결성이다. 초연결 사회에서 우리는 서로 자신의 말만을 각자의 페이지에 떠들어 대고 있다. 각종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스토리”들이 서로를 끊임없이 독방에 가두고 있는것이다. 스토리는 시각적으로 장식된 정보, 짧게 인식된후 다른 것으로 또 대체되는 정보들이다. 네트워크안에서 우리는 이야기하지 않고 광고한다. 관심을 두고 벌이는 경쟁은 공동체를 형성할 수가 없다.
스토리셀링으로서의 스토리텔링 시대에 이야기와 광고는 구분하기가 불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지금의 서사의 위기다.
본문중에서
4. 공동체의 부재
현대 사회는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나 연결될 수 있는 ‘초연결사회’가 되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초연결은 오히려 공동체 의식의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
발터 벤야민은 기술 복제로 인해 예술작품의 ‘아우라’가 사라지면서 공동체적 경험이 상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늘날 디지털 미디어는 작품을 무한 복제하여 그 고유성을 상실케 한다. 영화, 음악, 게임 등 디지털 콘텐츠 소비는 개인적 경험에 그치고 만다. 게다가 사이버 공간에서의 교류는 실제 현실 세계와 단절되어 있다.
한나 아렌트가 강조한 ‘활동’의 영역, 즉 공론의 장에서 타인과 함께 세상을 변화시키는 정치적 실천이 부재한 것이다. 대신 개인은 가상세계에 침잠하여 노동과 소비에만 매몰된다. 더욱이 알고리즘에 의해 개인화된 콘텐츠만 접하게 되면서, 우리는 단지 자신과 동질적인 것만 반복적으로 접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다양성은 사라지고 편향과 극단주의만 증폭될 뿐이다.
진정한 공동체 회복을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실제 세계의 관계를 증진시키고, 동질적인 피드에 갇히지 않도록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민들 간 활동적 참여와 공론의 장을 되살려 정치적 주체로 거듭나는 것이 중요하다. 초연결사회는 기술적 연결만을 제공할 뿐, 진정한 공동체는 우리의 실천적 노력을 통해서만 가능해진다.
자기표현의 형식으로 개인적인 것을 게시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스토리도 정치적 공론장으로서의 기반을 약화시킨다. 그럼으로써 공동체 이야기의 형성을 어렵게 한다.
본문중에서
5. 스토리셀링
스토리텔링은 도구화되고 상업화되는데 사용되고 있다. 조작적 목표를 추구하는 효과적인 “소통기술”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마케팅이라는 명목하에 누구나 스토리텔링을 말하고 있다. 글쓰기, SNS, 도서, 영상매체까지 스토리텔링은 무언가를 위한 도구로 전략해 버린것이다.
예를들면 긴호흡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드라마를 보자.(요즈음 길지 않은 웹드라마도 많다) 과거의 드라마와 비교해 보면 현재의 드라마의 대부분은 긴 광고를 보는 듯 하다. 더 정교해지고 교묘하게 보는 이들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주입시킨다. 매력인적인 주인공과 흥미를 유발하는 에피소들을 입힌 소비를 유도하는 매개체가 되어버린 것이다. 우리들은 강압적이 아닌 점점 더 “매혹적”으로 지배 당하고 있는것이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모든 행위는 이야기를 전제한다. 이와 반대로 스토리텔링은 오로지 한 가지 삶의 형식, 즉 소비주의적 삶의 형식만을 전제하다. 스토리셀링으로서의 스토리텔링은 다른 삶의 형식을 그려 낼 수 없다. 스토리텔링의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소비로 환원되기 때문이다. 우리로 하여금 다른 이야기, 다른 삶의 형식, 다른 지각과 현실에는 눈멀게한다. 바로 여기에 스토리 중독 시대 서사의 위기가 있다.
본문중에서
6. 결론
현대 사회는 정보의 과잉, 스토리의 중독성, 서사의 위기, 공동체 의식의 약화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우리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서사를 잃고, 단편적이고 소비 위주의 스토리에 매몰되게 만들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자극에 의존하며 살아가고, 선택의 과부하로 인해 결정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이는 우리의 정체성과 개인적인 서사를 약화시키며, 디지털화된 세상에서의 연결은 오히려 고립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병철의 “서사의 위기”는 이러한 현대 사회의 문제를 진단하며, 진정한 서사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진정한 서사는 단순히 정보나 스토리가 아니라,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맥락이 있는 삶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가 자신만의 서사를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의 영향력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함께, 의식적인 노력으로 자극에만 반응하는 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방식을 재고하고, 다양성을 추구하며, 진정한 대화와 소통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개인화된 콘텐츠의 편협함에서 벗어나 타인과의 진정한 연결을 추구하며, 공동체 의식을 강화해야 한다. 진정한 서사의 회복은 개인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사회적 차원의 변화를 통해 가능하다. 결국,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경청하는 공동체를 재건함으로써, 서사의 위기를 극복하고 보다 의미있는 삶을 이끌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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